책소개
<장끼전>은 엄동설한에 굶주림을 이기지 못한 장끼가 까투리의 만류를 듣지 않고 붉은 콩을 먹다가 덫에 걸려 죽자, 홀로 된 까투리에게 각종 새들이 와서 구혼을 하지만, 까투리는 결국 수절하거나 다른 장끼나 혹은 오리와 재혼한다는 내용의 동물 우화소설이다.
다양한 결말
장끼의 장례식에 문상 온 뭇 새들이 까투리에게 재혼을 요구하는 <장끼전>의 후반부에서 까투리가 보이는 반응이 여러 이본의 각편(各篇)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결말이 다양하게 나타나면 나타날수록 작품의 주제 역시 다양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으므로, 결국 다양한 결말만큼이나 다양한 주제를 지닌 <장끼전>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결말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었던 것은 이 작품이 과부의 재가 문제를 다룬 동물 우화였기 때문일 것이다. 우화에는 여러 의미가 겹쳐 있어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마련인데 <장끼전> 역시 동물의 생태적 속성과 중첩되면서 여러 가지 의미를 낳았던 것 같다. 게다가 과부의 ‘재혼’이라는 관심거리가 중심 문제로 다루어졌기 때문에 독자의 입장과 처지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었고, 이것이 작품에 대한 관심을 키웠을 것이다. 말하자면, 졸지에 과부가 된 까투리가 절박한 상황에서 행해야만 했던 ‘선택의 향방’을 둘러싼 당대인들의 지대한 관심과 그 관심이 반영된 필사(筆寫)라는 ‘향유 행위’로 인해 <장끼전>의 각편이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전승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유형의 필사본이 생성·유통·향유된 결과 현재 알려진 <장끼전>의 각편은 60여 종에 달한다.
이 책에서는 다른 결말의 이본 중 세 편(학산문고 소장 필사본/ 이수봉 교수 소장 필사본/ 조동일 교수 소장 필사본)을 선정해 결말 부분을 싣고 서로 비교하여 볼 수 있게 했다.
200자평
졸지에 과부가 된 까투리의 선택은? 동물 우화소설 <장끼전>의 결말은 다양하다. <장끼전>의 주제를 다양하게 인식했던 당대인들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작품 향유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열린 결말’을 통해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시험하면서 흥미롭고 쉽게 원전을 접할 수 있다.
옮긴이
최진형은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문학박사)하고 현재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동안 주로 판소리와 고소설 관련 분야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였다.
단독으로 쓴 책으로는 ≪판소리의 미학과 장르 실현≫(2002), ≪서사 문학과 문화 담론≫(2008)이 있다.
최근에는 고소설이 출판물로 유통되고 향유되었던 상황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하여, <심청전의 전승 양상>, <흥부전의 전승 양상>, <출판문화와 토끼전의 전승> 등의 논문을 연이어 썼다.
차례
장끼와 까투리가 눈 덮인 들판으로 먹이 찾아 나서다
장끼와 까투리가 붉은 콩을 앞에 두고 치열하게 말다툼하다
까투리의 간곡한 충고를 무시한 장끼가 차위에 치여 최후를 맞이하다
뭇 새가 찾아온 장끼의 장례식장은 난장판이 되다
까투리가 드디어 최종 선택을 하다
장끼전 원문
부록: 장끼전의 다른 결말들
다른 결말 1: 오리의 청혼을 물리친 까투리가 수절하다
다른 결말 2: 뭇 새의 청혼을 견디다 못한 까투리가 동해로 향하다
다른 결말 3: 까투리가 오리와 재혼하다
해설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자갈밭에 자락머리 풀어놓고 당글당글 구르면서 가슴 치고, 일어나 앉아 잔디 풀을 쥐어뜯어 애통하며 두발로 땅땅 구르면서 성붕지통(城崩之痛) 극진하다.
“독한 약은 입에 쓰나 병에 좋고,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일을 행하는 데 이롭다 하였으니 당신도 내 말 들었으면 저런 변 당할쏜가. 답답하고 불쌍하다. 우리 양주 좋은 금슬 누구에게 말할쏘냐? 슬피 서서 통곡하니 눈물은 못이 되고 한숨은 풍우(風雨)된다. 가슴에 불이 붙네. 이 내 평생 어찌할꼬?”